양천구 신월3동 2.5분에 1대 꼴 비행기 소음에 주민들 고통

#News|2020. 5. 31. 17:58

서울 양천구 신월3동. 이곳의 주민들은 매일 2.5~3분 당 1대의 비행기가 지나가며 내는 굉음을 들으며 살아간다. 코로나19로 비행기 운항 대수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2018년 하루 평균 387대의 비행기가 이곳을 지나다녔다.
국토교통부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하루 평균 617대의 비행기가 신월 3동 주택가 위를 다니게 된다. 1.6분 당 한 대가 지나간다는 말이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비행기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비행기 꼬리 색깔부터 바퀴모양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비행기가 있다.
비행기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순간 사람들의 목소리는 비행기 소음에 묻혔다.

이곳 주민들은 한 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 없다. 주말 연속극 속 인물들의 대사를 끝까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순간에는 TV볼륨을 최대로 올려도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 간의 대화도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끊기고 알아서 대화를 멈춘다. 어차피 크게 말해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비행기 소음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계속된다.

‘항공기 소음에 의한 영향’에 따르면 인간은 63웨클(WECPNL·항공기소음 단위)이상부터 호흡·맥박수가 증가하고, 계산력이 저하된다. 73웨클부터 수면장애가 시작되고, 83웨클부터는 정신집중력이 저하되며 TV·라디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93웨클부터는 청력장애가 시작된다.


신월 3동은 3종 ‘가’지구(85~90웨클)와 2종 지구(90~95웨클)가 혼재된 곳이다.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목이자 비행기 직하구역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평균인이 느끼는 ‘소음’이 이들에게는 더이상 소음이 아니다.
국토부는 그러나 지난 15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에서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의 ‘김포~대만 가오슝’ 신규 노선 운수권 배분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항공업계에 숨통을 틔워준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여기에 양천구의 의견은 단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그동안 소음 피해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는 끊임없이 실효성 있는 공항소음 저감 및 피해보상 대책을 요구해왔음에도 여기에 대한 실질적 보상대책은 없이 국토부가 또다시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 국제선 증편을 결정했다”고 항의했다.

지난 26일 만난 30여 명의 신월 3동 주민들은 “떠나겠다”고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신월 3동을 빠져나간 상태다. 한 주민은 “이곳은 이미 죽은 마을”이라고 했다. 신월 3동 시장 점포 곳곳에는 ‘임대’라 적힌 종이만 붙어있었다. 주민 김영주씨는 “여기가 집값이 싸니까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석 달을 못 견디고 나간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부가 이들에게 하는 보상은 여름철 전기료 20만원(5만원×4달) 지급과 에어컨 설치, 방음공사비 지급이다. 20대 국회에서 4월7일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을 공표, 어린이집을 포함한 노유자시설에 설치된 냉방시설의 전기료 지원을 추가했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전기료 지원이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2019년 서울시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신월 3동을 선정, 5년간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30여 명의 주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불러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민 유금옥씨(78)는 “있던 사람도 나가겠다는 판에 쓸데없는 데에 돈을 쓴다”면서 “항공기 소음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도시재생이 가능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박원순 시장이 여기 옥탑방에서 한 달만 살아보면 그런 계획 싹 다 철회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신월3동을 ‘항공소음 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적절한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적절한 이주대책’ 안에는 만족할만한 이주비용도 포함돼 있다. 공항공사가 신월 3동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집의 집값보다 높은 금액으로 사들이라는 말이다. 주민들의 ‘욕심’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그러기에는 이곳의 집값이 너무 낮다. 비행기가 아파트 옥상을 근접해 지나가는 ‘금호 뜨라네’ 아파트 102.48㎡(31평)의 매매가격은 현재 2억9000만원이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같은 크기 아파트 가격은 5억1000만원이다. 2억2000만원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공항소음’이다.

 

건축물 고도제한으로 개발가능성이 낮은 것도 한 몫을 한다. 주민 김나연씨는 “우리가 지금 사는 집을 팔아 공항소음이 75웨클 이하인 인근 지역으로만 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이기심은 아니지 않나. 우리가 목동으로 보내달라는 것도, 강남으로 가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실제 영국은 2016년 히드로 공항 확장을 위해 토지매수를 실시하면서 이주가구의 주택은 시장거래가격에 25%의 프리미엄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이주 및 매입에 따른 취·등록세 및 중개수수료 지원을 했다. 우형찬 서울시의원은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국제선 증설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심야시간 비행통제 시간을 강화하고, 85웨클 이상 지역의 토수매수 신청, 손실보상신청시 보상비용을 감정가가 아닌 현실적 이주가능 비용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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