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씨월드 돌고래 타고 VIP 체험? 벨루가 학대 논란.

#News|2020. 6. 20. 14:55

돌고래 타고 사진찍기 14만9000원에 이용권 판매
동물 학대 논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돌고래와 수영하고 싶나요? 국내에서 돌고래 타고 사진 찍기는 거제씨월드에서만 가능합니다!”


돌핀체험 12만원, 벨루가 14만원! 경남 거제의 돌고래 체험시설인 ‘거제씨월드’가 동물학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 6월 13일 거제씨월드 유튜브에 아이들이 돌고래를 타고 쏜살같이 수영장을 가로지르는 영상이 올라오면서 누리꾼과 동물단체의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해당 영상에선 아이들이 흰돌고래인 벨루가와 뽀뽀를 하거나, 코 앞에서 공중제비 묘기를 하며 물을 튀기는 돌고래를 구경합니다. 벨루가가 아이들 앞에서 지느러미로 물개 박수치듯 물장구를 치기도 합니다.

6월 19일 오전까지 이 영상엔 댓글 수십 개가 달렸습니다.
대부분은 '자연으로 돌려보내진 못할망정 사람을 태우나' '돌고래 갖고 이게 뭐 하는 건가요' '동물 학대 역겹다' 등 부정적 댓글이었습니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해당 영상의 댓글 기능은 중지된 상태입니다.


지난 18일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멸종 위기 돌고래를 서프보드처럼 타고 놀게 하고 돈을 받는 행위, 과연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거제씨월드가 돌고래 체험에 '이용권' 이름을 붙여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인 남성도 작은 돌고래의 등을 타고 논다고 합니다.
실제 거제씨월드는 물속에서 돌고래와 놀 수 있는 4가지 체험에 각각 9만9000원에서 14만9000원까지 이용권을 팔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거제씨월드가 돈을 벌기 위해 돌고래를 쉬지도 못하게 야간 연장 체험을 시키는 등 혹사해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거제씨월드는 2017년까지 돌고래 6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4년 4월에 개장한 이 시설에서 2015년 2마리, 2016년 3마리, 2017년 1마리 등 총 6마리의 돌고래가 죽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돌고래와 벨루가 학대 논란에 대해 거제씨월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하고 거제시를 통해 답변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돌고래 체험시설의 동물학대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수족관의 돌고래는 36마리 입니다.
제주 한화 아쿠아플래닛,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등 7곳에서 큰돌고래, 벨루가, 남방큰돌고래 등이 삽니다.
이중 가장 많은 돌고래들이 사는 곳이 거제씨월드 입니다. 이곳엔 큰돌고래 10마리와 벨루가 4마리가 살고있습니다.

가장 최근엔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 ‘태지’ (21세 추정·수컷)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태지를 바다로 돌려보낼 것인가 수족관에 그대로 둘 것인가가 문제였습니다.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였던 '태지'.


결국 태지는 몇 년간 위탁돼 있던 제주 퍼시픽랜드에 남는 것으로 지난해 4월 결정되었습니다.
자연방류, 바다쉼터 조성 등도 고려됐으나 전문가들은 태지의 나이와 활동상태, 스트레스 최소화 등을 고려해 위탁기관에 남는 것이 최선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문가들은 태지의 위탁 조건으로 조련사와의 수중공연이나 사진찍기와 같은 직접적인 접촉을 금지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현행법상 이 같은 접촉 행위는 물론 거제씨월드처럼 돌고래를 타는 행위도 불법이 아닙니다.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동물 학대는 때리거나 상해를 입힐 경우, 먹이나 급수를 제한하거나 질병에 걸린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여야 인정되기 때문에 거제씨월드 역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현재로선 없는 상태입니다.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에선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오래전부터 높다보니 동물에게 접촉만 해도 학대행위로 인정된다”며 “올해 말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수족관 5개년 종합계획안을 수립합니다.
최근 높아진 국민들의 인식수준과 동물원 및 수족관관리위원회 등 전문가 자문, 환경단체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거제시는 거제씨월드에 부지를 빌려주고 있지만, 돌고래의 폐사현황이나 개체 보유수 같은 자료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거제시 해양항만과 관계자는 “시가 갖고 있는 자료는 거제씨월드의 소방안전 감독 관리 자료 등 시설감독에 대한 것들”이라며 “돌고래의 폐사 현황이나 개체 보유수 같은 자료는 직접 업체를 통해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역의 수족관이나 동물원 같은 시설은 관할 지자체장에 관리감독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 반입이나 폐사 등 현황자료는 지자체에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아니라 관할기관이 요청을 해야 제출하게 되어있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재 수립중인 종합계획에 지자체장이 시설에 행정명령을 집행할 수 있도록 검토중 입니다.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해 관련법 개정까지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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