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서 감기 진료받으면 건보 적용 못받는다
앞으로 대형 병원이 감기나 소화불량, 변비 같은 가벼운 질환의 환자를 외래진료하면 수가를 손해보게 됩니다.
단 그렇게 해서 진료비가 낮아진다고해도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높여 환자가 내는 비용이 줄어드는 일은 없게 했습니다. 대형 병원은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수가체계를 손봤습니다.
6월 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의료전단체계 기능정립을 위한 의료수가 개선방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기본 방향은 그간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과 맞닿아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것을 막고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게 하는 조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개선안은 오는 10월부터 시행됩니다.
개선안이 적용되면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수익이 줄어듭니다. 경증환자를 외래진료하면 외래 의료질 평가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했습니다.
아울러 행위료를 토대로 산출하는 종별가산율 30%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정하는 경증질환은 위장염ㆍ결막염 등 100가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수가를 낮추면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환자 치료에 나서지 않겠으나 반대로 진료비가 줄어 환자가 더 몰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증환자의 본인부담률을 60%에서 100%로 올립니다. 건강보험을 적용해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가령 경증질환 가운데 하나인 티눈ㆍ굳은살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재진 진료를 받으면서 피부과처치와 피부과적자외선치료를 받는다면, 현재는 기본진료료 2만4060원(재진진찰료 1만5110원+의료질평가지원금 1등급 8950원)에 행위료 2만4330원, 여기에 행위료에 종별가산액 7299원을 더해 총 진료비는 5만5680원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행위료의 60%인 3만9400원이 됩니다.
100개 경증질환인 “티눈 및 굳은 살”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외래 재진 진료를 받으면서 ①피부과처치와 ②피부과적자외선치료를 받은 경우 진료비 시뮬레이션. 진료비가 줄어들지만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그대로 입니다.
개선안이 적용되면 기본진료료는 평가지원금이 빠져 1만5110원 입니다. 여기에 행위료는 같지만 종별가산금액이 안 붙습니다.
진료비는 1만6000원 이상 줄어 3만9440원이 됩니다. 본인부담률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여기에서 건강보험이 적용, 기존보다 환자가 더 상급종합병원을 찾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를 위해 이 경우엔 진료비 전액을 본인 부담으로 하게 해 환자부담액도 3만9400원으로 기존과 같아집니다. 복지부는 다만 불가피하게 경증환자 치료를 맡을 경우를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더 듣고 세부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료를 10% 올리고 중환자실 간호사를 탄력적으로 쓸 수 있도록 인력신고체계를 개선키로 했습니다.
간호 1등급짜리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료는 38만3000원인데 앞으로 10%를 인상, 42만2000원으로 오른다. 희귀ㆍ난치성 환자 등 중증환자를 각 분야별 전문가가 동시에 진료하는 다학제통합진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수가도 오릅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진료의뢰ㆍ환자회송 제도도 내실화합니다.
동네 병ㆍ의원을 다니던 환자가 증상 악화로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해진 경우 의사는 정부가 구축한 '진료의뢰ㆍ회송 시스템'을 통해 진료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이런 진료의뢰에 대해 기본 1만원의 수가를 지급하고, 환자의 영상의료정보 등이 첨부될 경우 최대 1만8천원까지 지급합니다.
반대로 상급종합병원이 상태가 호전된 환자나 경증환자를 적극적으로 동네 병ㆍ의원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회송시스템을 잘 갖춘 병원에는 더 많은 회송수가를 주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부터 입원환자 안전관리료 지급액도 높였습니다.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 등으로부터 환자나 의료진 모두 보호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의료기관 안전관리료는 해당 장치와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 100병상 이상의 병원, 정신ㆍ종합병원에 적용됩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건정심 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은 경증환자의 불필요한 대형병원 진료를 줄이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ㆍ입원환자 위주로 진료하게끔 유도해 의료 역량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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