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채 도망가는 전 남자친구의 뒤를 쫓아가며 쇠망치 휘두른 20대

#News|2020. 6. 24. 19:48

수면제와 케이블 타이, 그리고 다용도 로프에 쇠망치.


20대 여성 A씨가 전 남자친구(23)를 살해하기 위해 쓴 범행 도구 입니다.
그녀는 '두 단계' 계획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로프를 이용한 교살(絞殺).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두 번째로 쇠망치를 준비했습니다.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과정도 빈틈이 없었습니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는 아껴뒀다가, 가루로 빻아서 주사기와 함께 보관했습니다. 수면제를 넣을 맛과 향이 강한 초코 우유도 준비했습니다.
로프 등 공구를 살 땐 검은색 마스크와 모자를 잊지 않았고 CCTV에 노출되는 것도 최소화했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쇠망치는 본가에서 따로 챙겨왔습니다.

이 방법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까지 A씨는 수많은 살인 계획을 따져봤습니자. 휴대폰 검색 기록과 메모장에는 온갖 살인 방법이 가득했습니다. "졸피뎀과 술", "수면제", "염산 파는 곳", "필리핀 청부살인" 등이었습니다.

수면제 먹이고 재운 뒤 전 남자친구 결박
그러나 실제 범행은 망설여...

아무것도 모르던 전 남자친구는 A씨의 집을 찾아 단둘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소주 4병 반을 함께 들이켰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잠들었습니다.
목이 탔던 전 남자친구가 잠에서 살짝 깼을 때, A씨는 미리 분비한 주사기로 수면제 탄 초코 우유를 건넸습니다. 그걸 마시고 A씨가 다시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범행을 시작했습니다.

A씨는 전 남자친구의 양손⋅양발은 케이블 타이로 묶은 뒤, 청테이프로 다시 감았습니다. 목에는 밧줄을 휘감고 매듭을 지었고 목을 조르려던 찰나, A씨는 주저했습니다. 아침까지 4시간 정도를 그 상태 그대로 있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전 남자친구가 눈을 떴고 그때까지도 목을 조르지 못하던 A씨는 피해자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전 남자친구가 몸부림쳤고, A씨는 줄을 놓쳤습니다.

A씨는 미리 장롱 속에 숨겨줬던 쇠망치를 꺼내 들었고 휘둘렀습니다.
10번이나 내리쳤는데, 모두 머리를 노렸습니다.
전 남자친구는 쇠망치를 맞아가며 손에 묶인 케이블 타이를 풀었습니다.

그러나 발목에 묶인 케이블타이를 풀지 못한 전 남자친구는 속옷만 입은채 그대로 집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껑충거리며 도망가는 그의 뒤를 쇠망치를 든 A씨가 뒤쫓았습니다.
전 남자친구는 현관문 밖 계단에서 A씨에게 잡혔습니다. 다행히 몸싸움 중에 A씨에게서 쇠망치를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졌고, 그렇게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재결합 거절하며 아이 안 보여준다고 범행 계획 세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둘은 같은 대학에서 만나 1년 6개월을 함께 살며 아이를 낳았습니다.
헤어진 뒤 전 남자친구가 딸을 도맡아 키웠는데 A씨는 재결합을 원했지만 전 남자친구는 계속 거절했습니다.
딸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고 1년간 3번 정도 만나게 해주는 데 그쳤습니다.

이날 현행범으로 붙잡힌 A씨는 경찰관에게 "헤어진 뒤 전 남자친구가 만나주지도 않고, 딸도 잘 보여주지 않아 힘들게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A씨의 휴대폰에는 "번개탄 질식사", "번개탄 수면제" 등 살인을 계획하는 내용으로 대다수였지만, 한편으로는 "헤어진 남자친구 잡는 법" 등 관계를 회복하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1심은 징역 3년 6개월 실형
재판부 "치밀하게 준비했다"

1심은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가 맡았습니다. 살인미수죄가 인정돼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저형(3년 4개월)에 가까웠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A씨)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고, 자칫하면 중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반성하고 있고, 전과가 없는 점, 과거 피해자(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점, 피해자와 헤어진 이후 우울증에 걸린 점,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었습니다.
A씨는 항소했습니다. "3년 6개월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심은 징역 2년으로 감형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 선고한 이유

2심을 맡은 대구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연욱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징역 2년으로 감형했습니다.
1심과 2심은 판결 내용에 있어 대부분이 같았습니다.
A씨 측은 2심에서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스스로 범행을 멈췄으며,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전 남자친구)가 적절히 방어하지 못했다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고, 피해자가 깨어났을 때 목을 졸랐으므로 스스로 범행을 중지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A씨가 술은 마셨던 건 맞지만,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졌습니다.
1심과 달리 A씨가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이 가장 컸습니다. 작량감경까지 더해졌습니다. 최종 형량은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저형보다도 낮아졌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은 불행한 가정환경 및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겪은 출산, 그리고 헤어진 딸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증을 앓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하한을 벗어나 형을 정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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