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서류 54만건 실수로 폐기한 DB생명 논란

#News|2020. 6. 3. 01:32

가입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 영향을 받는게 보험 계약입니다. 그런데 보험 계약 문서의 원본이 사라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대형 보험사에서 5년간 계약한 보험 서류 54만 건을 실수로 폐기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보험금 관련 소송에서 원본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보험사는 고객이나 금감원에 알리지 않고 1년째 쉬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DB생명 인재개발원


경기도 화성시에 DB생명 인재개발원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보험 청약서 등 고객 관련 문서가 54만 건 넘게 사라졌습니다.

해당 서류가 사라진 걸 DB생명이 확인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자체 조사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보험 서류 원본이 모두 폐기됐습니다.

청약서, 알릴 의무사항, 상품설명서 등 16종, 54만 2천여 건에 달하며, 고객 숫자로 따지면 37만 8천여 명입니다.

DB생명은 '스캔본'이 있어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스에 정확하게 이게 무슨 자료라고 표기가 안 돼 잘 모르고 파기를 한것이라고 보험사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상법은 중요서류를 10년 동안, 상법 시행령은 고객의 서명이 담긴 서류는 원본으로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폐기된 보험 청약서, 알릴 의무사항, 상품설명서 등 문서엔 고객 서명이 들어갑니다.

DB생명도 이런 법적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검토해 '청약서 원본 등 보존 의무를 위반'했다고 파악했습니다.

김계환 보험 전문 변호사는 보험상품의 중요한 내용 설명하고 설명했다는 근거를 남겨놔라 거든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에서 그런 의미로 보관하라고 했는데 이걸 부주의해서 폐기했다고 하는 건 결국 소비자 보호 의무를 해태(게을리)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DB생명은 1년 넘게 고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금감원이 감사나 제재를 하거나 언론에 알려질 가능성을 걱정했습니다.

또 보험금을 둘러싼 소송에서 원본을 제공할 수 없는 문제도 검토했습니다.

보험사가 계약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으로 다툴 경우, 고객이 자필서명한 문서가 맞는지 필적 감정이 필요합니다.

이용환 보험 전문 변호사는 과거 질병 여부에 대해서 설계사들이 임의로 작성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5년 이내에 어떤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런 것 괜찮아요. 제가 사인할게요' 해서 사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경우의 소송에서 원본은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이 때문에 스캔사본에 '원본과 동일하다'는 도장을 찍어 고객에게 내주자는 대응책까지 제시됐습니다.

DB생명은 이 대응책은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으로 당시 결론 내렸다고 해명했습니다.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보험사 사이트에서 원본이 폐기된 고객들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되고. 원본이 폐기된 고객에겐 스캔본이 본인 것이 맞는지에 대한 재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조사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댓글()